- 과거를 다시 그리다. '리벤지 오브 더 세븐' - 로맨싱사가2 리메이크 리뷰2024년 11월 26일 18시 10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치명피해

1993년 12월 10일 슈퍼 패미컴으로 출시된 로맨싱사가2가 2016년 PS Vita에서 리마스터로 재출시된 이후 드디어 '리메이크'되어 돌아왔다. 제작진들은 이 게임이 이미 낡았고 알려질대로 알려진 이야기라는 점을 잊지 않고 제목에서 상기시킨다.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이라는 제목은 말 그대로 원판에서 로맨싱사가2의 숙적인 '칠영웅'의 염원을 말하기 때문이다. 원판 '로맨싱사가2'은 JPRG의 황금기이자 황혼기에 탄생한 실험적이면서도 나름의 재미를 가지고 있던 게임으로 화자된다. 필자는 원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상태로 리메이크를 즐기게 되었는데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게임 리뷰의 난제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원작을 플레이하지 않는다면 리메이크를 즐기는 데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요소 하나를 배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요소란 바로 '추억'이다. 리마스터와 리메이크는 모두 플레이어의 추억을 미끼삼아 작동하게 된다. 추억이 없는 플레이어란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리메이크 버전을 받아들이게 되며 따라서 당연하게도 '동시대 게임'과 비교하게된다. 그러나 동시에 이 게임은 JRPG의 그리운 내음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플레이어에게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게임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리메이크된 게임 본연에 대한 추억이 배제된 상태에서 JPRG의 황금기에 대한 추억을 발판삼아 이 게임을 리뷰하려고 시도해보겠다. 이번 글에서는 크게 세 가지 관점을 논할 것이다. 1. '리메이크'로서의 '리벤지 오브 더 세븐' 2. 동시대 게임으로서의 '리벤지 오브 더 세븐' 3. '서사시'로서의 '리벤지 오브 더 세븐'

자 그럼 첫 번째로 이 게임이 어떤 리메이크인지 논해보자. 그러나 그 전에 우리는 리메이크가 뭔지에 대해서 거론할 필요가 있다. 리메이크란 '과거의 영광'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re-) 쓰는 일이다. 리메이크되는 게임은 대부분 과거에 호평받았기에 되돌아온다. 그리고 거의 많은 경우 왜 추억이 묻혀있을때 비로소 더 아름다운지 우리를 일깨워주는 게임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왜냐면 리메이크는 결국 과거의 원작과 끊임없이 비교되기 때문이다. 앞서 필자는 '추억'이 리메이크의 가장 중요한 동인(Agentur/agency)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많은 플레이어는 이 '추억'이 없더라도 오늘날 커뮤니티나 인터넷에서 쉽게 '비교글'을 검색할 수 있다. 정보화된 추억은 언제나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원작팬들은 항상 '아쉬움'을 버리지 못한다. 비록 인터넷에서 명문화된 추억을 읽을 수 있더라도 그러한 정보를 일체 찾아보지 않거나 애써 무시한 채 게임을 경험하려는 추억이 완전히 없는 플레이어들은 게임에 대한 다른 인상을 갖는다. 이들은 리메이크된 게임을 오늘날의 게임과 비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 첫 번째로 감각적 영역인 '그래픽'을 비교할 것이고 그 다음엔 조작 영역인 게임의 '시스템' 그리고 마지막에 내러티브 영역인 '스토리'를 따져볼 것이다. 한층 한층 플레이어의 마음에 반향을 일으킬 요소가 없다면 '추억 없는 플레이어'는 리메이크된 게임을 플레이할 원동력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 이런 이유일까 필자도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의 체험판만을 플레이했을때 딱 이런 인상을 받았다. "이 쿠소겜은 뭐여?" 그러나 곧 깨닫고야 말았다. "아 이거 구린맛 JRPG"네. 이미 다년간의 쿠소겜과 첫인상이 구린겜에서 치사량의 감동과 도파민을 획득했던 필자는 체험판이 재미없음에도 게임을 구매하게 되었다. 구매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개인적으로 가진 JRPG에 대한 추억때문이었을테다.
앞에서 거론한 바와 마찬가지로 필자도 '그래픽' -> '시스템' -> '스토리'의 순으로 이 게임을 납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래픽을 따져보자면 무엇보다도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은 '로맨싱사가 2'의 2D 도트 그래픽을 풀 3D로 일신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다소 최근 리메이크라고 볼 수 있는 '페르소나 3 리로드'의 경우 3D 게임을 최신 그래픽으로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작으로부터 참조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을테다. 하지만 2D 그래픽을 3D로 만들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면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거나 혹은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은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다. 우선 버린 것은 '과거의 일러스트'를 비롯한 전반적인 디자인적 요소다. 이를테면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은 '극화체'를 버리고 '아니메'풍을 선택했다. 파이널 판타지와 같은 게임이 고성능 기기 버전으로 리메이크 할때 극화체에 걸맞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반면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은 둥글둥글한 아니메풍 그래픽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는 '극화체'가 주는 '낡은 느낌'을 탈피하고 상대적으로 '젊은 느낌'을 부여하려고 한 시도로 보인다.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어서는 좋은 시도일지 모르지만 원작팬들이 이를 반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반적인 그래픽 퀄리티가 훌륭한 것은 아니라서 그래픽 자체가 강점은 아니다.
그래픽 다음으로 '시스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이 순간 부터는 리메이크된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동시대 게임'으로서 평가하게 되었다. 몇 가지 게임의 요소에 대한 인상을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필드조작 = 똥 / 턴제 전투 = 평이 / 기술 번뜩임 = 참신 / 프리 시나리오 = 흥미진진 / 연출 = 나름 신경씀. 하나씩 뜯어먹어보자. 필드조작은 말 그대로 똥 자체다. 조작감이 엉망진창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 게임에서는 필드에서 적을 선제공격으로 때리면 턴제전투에서 다소 이득을 얻고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몬스터 정면에서 '선제공격'을 할 수 없어서 대부분의 경우 유명무실한 기능이다. 3D 필드를 쏘다니는 조작감도 크게 훌륭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필드에서 전투에 들어서면 나름 평이한 턴제전투를 즐길 수 있다. 전투 자체보다는 전투 과정에서 캐릭터가 스킬을 습득하는 '기술 번뜩임' 요소는 아주 참신하게 느껴졌다. 특히나 위기상황에서 기술을 깨달은 캐릭터가 새로운 기술로 전황을 뒤집을 때 게임에서 '쾌'를 느꼈다. 프리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분석하도록 하겠다. 앞에서 그래픽이 훌륭하지 않다고 했지만 이 게임은 나름 스토리 컷신의 연출에 신경쓴 티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그래픽 자체의 높지 않은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연출과 조화를 통해 '나쁘지 않네'라는 말을 이끌어내는 수준은 된다.


그래픽과 시스템이 필자에게 상대적으로 어정쩡하게 느껴졌다면 다음에서 분석할 이 게임의 스토리 전개방식은 게임이 이야기-매체로서 새로운 방식을 취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흥미로웠다. 우선 원작과 리메이크 모두 '프리 시나리오'라는 이야기 전개를 취한다. 프리 시나리오란 이를테면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 흩뿌려진 많은 이야기 단원들을 지역을 오다니며 선택해 진행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플레이어는 동쪽으로 가도록 유도된 초반 구간을 무시하고 완전히 남쪽으로 향할 수도 있으며 이에 따라 이야기 전개는 과정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런 전개 방식은 마치 '오픈월드'의 내러티브 조직과정과 유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픈월드가 '하나의 필드' 위에서의 위치에 따른 이야기의 발생과 관련된다면 '프리 시나리오'는 다수의 필드 중에서 어디로 갈건지 선택하는 것 자체가 이야기를 형성한다는 점이 다르다. 오픈월드와 프리시나리오는 둘 다 플레이어에게 '자유로운 스토리'라는 환상을 심어주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다. 우선 일반적인 '오픈월드' 게임에서 제작진이 제공하는 스토리는 구실에 불과한 경향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가 주어진 '월드'에서 스스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가와 관련된다. 반대로 '프리 시나리오'는 오픈월드와 달리 큰줄기의 서사에 예속되어있다. 이 큰 줄기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프리 시나리오'의 특징이다. 오픈월드는 길을 잃기 쉽다. '프리 시나리오'는 오픈월드 문법과 마찬가지로 자유라는 환상을 심어놓지만 결국 이야기의 끝에 도달하도록 플레이어를 유인한다. 언제나 플레이어는 끝에 도달하는 여러 갈래의 길을 선택할 뿐이다. 만약 이 게임이 이야기 전개를 '프리 시나리오' 하나로만 밀고갔다면 자유롭다는 환상은 금새 깨졌을 것이다. 여기서 도입된 하나의 요소, 즉 '연대 점프'와 '황제 전승'이 중요하다. 왜냐면 단일한 캐릭터의 단층적인 이야기가 다수 캐릭터의 복잡다단한 이야기로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길이가 실제로 다른 게임보다 길지 않더라도 플레이어가 체험하는 순간에 이야기가 '긴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이유로 한 황제의 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황제를 선택하게 되면 변화한 시대 속에서 전개된 또 다른 이야기들과 마주하며 '세계가 변화한다'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즉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를 향해 달리는 수 많은 길을 플레이어가 선택하면서도 '연대 점프'를 통해 그 과정을 단절하고 다시 진행되도록 만들어 이야기가 마치 복잡다단한 것으로 보이도록 설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내러티브 전달방식은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충실한 재미를 유발하고 있다.
어떤 리메이크가 가장 완벽한 것일까? 적어도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아니라고 우리는 말할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무엇이 하자있는 리메이크인지 말할 수 있지만 어떤 조건이 완벽한 리메이크를 구성하는지 명료하게 증명할 수 없다. 왜냐면 리메이크는 모든 게임에 동질적으로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픽에 중점을 둔 리메이크와 게임을 완전히 갈아엎는 리메이크는 동일할 수 없다.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는 제작사의 역량에 달려있다. 이 글에서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리메이크로 드러난다. 우리는 도입부에 '추억'에 대해서 꽤나 길게 다뤘다. 결론적으로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은 원작팬들의 추억보다는 신규게이머들의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픽의 전면개편이 이를 대변한다. 하지만 동시에 원작팬들이 게임에서 잊지못하는 '조작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선사한다. 여기서는 반대로 유입된 플레이어들이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처럼 이중의 난제가 이 게임을 곤란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게임에 대한 '애정'이라거나 '추억'이 없다면 선뜻 구매하기 힘들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글을 읽는 이가 JRPG의 황금기에 대한 향수로 가득하다면 그리고 마침 메타포 세계의 여행을 끝마치고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이라면 이 게임이 훌륭한 선택지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심지어 '프리 시나리오' 전개에 맛들이면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무수한 회차를 다시해보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자 복수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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